35년 서동에 거주하면서, 한번도 올라보지 않은 길!
서동사람들이 '5차'라고 부르는 그 길에 올라본다.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계단 한칸 한칸을 오르던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기억하는가?
새롭게 시작하는 연인들이 알콩달콩 한칸한칸 오르던 계단의 모습을 떠올려보는가?
마냥 예쁘게 포장된 같은 높이의 낮은 계단!
곱디고은 선명한 색깔로 칠해진 그림책 속 예쁜 계단!
그런 계단을 상상했다간, 흠칫 놀랄 수도 있다.
우리가 걸어야 하는 계단은... 아주... 많다. 높다. 길다.
한칸한칸 일일이 세어본다면 흡사 108계단을 넘을지도 모른다.
골목마다 아주 길다란 계단들이 있는데, 생각보다 많고, 높낮이도 다르고, 고르지도 않다.
감성적으로 다가갔을 때는, 그야말로 이게 달동네 감성이다.
하지만 걷는다고 생각했을 때는... 자칫 머리가 아니 몸이 아파질 수 있다. 아니 무릎이 ^^
중앙 도로를 기준으로 한골목 올라간다. 아~ 여기서 좀 쉬어가자!
그리고 또 같은길 그대로 올라간다. 아~ 여기서 또 쉬어가자!
그리고 또 같은길 그대로 올라간다. 아~ 아직도 있어?
그리고 또 같은길 이번엔 계단이다. 아~ 이제 끝인가?
끝도 없이 오르고, 또 오르다보면 정상에 다다르게된다.
산도 아닌데, 정상이란 표현이 어울리는건 왜일까?
등산하는 기분이다.
다시 내려가야 하니까... 이 길을 올랐던 나는... 높은산을 등산하는 등산객의 모습과 묘하게 비슷하다.
어차피 내려가야 하는 이 길을... 기를쓰고 올라왔으니까.
저 아래 내가 올라왔던 그길과 그 동네를 보려고!!!
재밌고, 아이러니하다.
저아래 낮고 평평한 곳에는 젊은이들이 살고있고, 저 높고 계단많은 5차 달동네에는 노인들이 살고있다.
서동 5차 골목에는... 계단과 노인과 고양이가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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