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동네 서동이야기

봄비, 봄꽃, 봄날

비가 내리던 오전! 봄날이지만 하늘은 흐리다.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 봄비가 내리는 서동의 거리를 바라본다.

한 때는 동네의 가장 번화했던 거리! 서동은 부산은행을 기점으로 위, 아래가 나뉘었다. 부산은행을 기점으로 아래쪽은 술집이 즐비했던 유흥가 거리였고, 위쪽은 시장이 있었고, 주택가가 즐비했었다.
사진속 장소는 부산은행 기점 위쪽 거리!

어린시절 그러니까 초등학교에 다니던 그때! 이 거리에는 옷가게들이 참 많았었다. 우리때 어린이 브랜드라하면 리틀 브렌따노, 베이비헌트, 리틀뱅뱅, 좀 비싼 브랜드로는 김민재 아동복 정도가 있었다. 티피코시도 있었고^^
나름 동네의 패션거리! 옷가게가 꽤 많았던, 시장상권!

학교에서 소풍을 간다거나 계절이 바뀌거나 명절 전, 생일 때! 할아버지, 할머니 손 잡고 이 거리의 옷가게에 참 많이도 갔었다. 주섬주섬 쌈짓돈을 모아 손녀, 손자 옷도 사주고, 신발도 사 주시던 그때가 떠올랐다. 20여년이 흘렀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셨던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고, 할머니는 늙고 병드셨다.

시간이 흘러... 초등학생이던 아이는 주부가 되었고, 청년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고, 젊은 할아버지, 할머니는 별이 되셨고, 파파할머니가 되셨다.

60대였던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할머니는 이제 90세가 되셨다. 30대였던 엄마, 아빠는 60대가 되셨다. 10대였던 우리는 30대가 되었다.

활기차고, 번화했던 거리! 아이들과 청년들이 많이 살았던 동네! 한집건너 한집이 옷가게, 신발가게였던 거리는 딱 몇집만 명맥을 이어 장사를 하고있다.

생기는 사라졌지만, 그리운 시절에 대한 기억과 추억은 가득하다. 비가오는 날은 감상에 젖어들기에 딱 좋다.

 
어두운 분위기에서도 봄비는 기분좋은 신호다. 봄비가 알리는 기분좋은 봄내음은 낡고 오래된 동네에도 기분좋은 봄소식을 알린다.
봄비 내리는 어느 봄날~ 봄내음 그득한 봄꽃을 바라본다.

빼앗긴 2020년 3월! 집앞 꽃나무에 꽃이 피었다. 빗물을 그득히 머금은 분홍꽃이 예쁜 봄소식을 전한다.

주택의 묘미!
낡고 오래된 동네의 묘미는 바로 이런거다. 사회적거리두기가 한창이어서 올해의 꽃은 모두 내년으로 미룬다. 하지만 창문을 열었을 때, 내 집앞에 핀 꽃을 볼수있는건...^^
창문너머 피어있는 봄꽃은 먼듯하지만 가까이있다. 창문너머 은은하게 느껴지는 봄내음...
서동의 낡고 오래된 주택에 사는 서민의 작은 행복이랄까?

봄날의 봄비와 예쁜 꽃, 거리를 바라보면서...